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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복지관풍경

'우리 집에 놀러 와!' #6 2024년 마지막 이야기

by 부안실버복지관 2024. 12. 26.

 만날수록 정이 깊어 가는 공공실버주택 어르신들의 층별그룹활동 '우리 집에 놀러 와!' 2024년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4층 '동지팥죽으로 액운을 쫓아버리자!'

 

 2~4층의 모임의 이름은 '사랑'입니다.  모임은 이름처럼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2024년이었습니다.  자기 집에 이웃을 한 번도 들여본 적 없던 2층 이0숙님은 어르신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점심 후 커피를 나누는 모임의 핵심 멤버가 되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아직 어울리기 어색한 분들에게는 나누었던 다과를 가져다 드리며 근황도 살폈습니다.

 

 2024년 마지막 모임은 동지팥죽을 나누며 층별 그룹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모여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떨며, 몰랐던 이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즐겁다고 하십니다. 2025년도 사랑이 넘치는 층별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5~6층 '살다보니, 빼빼로를 다 받네!' 

 

 '빼빼로데이’에 젊은 사람들만 받는 줄 알았던 과자를 받았다며 어린아이들처럼 웃으십니다. ‘마트에 과자가 많이 쌓여 있어 뭔 날인가 했는데, 늙은이들에게 이런 걸 주니 기분이 좋다’고 하십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양한 ‘데이’마다 축하하고 축하받는 날을 챙기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그런 일이 먼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작은 기쁨들이 모여 층별모임의 활력소가 된다고 느낍니다.


 목소리가 커서 화를 내는 것 같고, 언어장애로 소통이 어려워 이야기를 걸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아래 위층에 살며 쿵쾅거려 화를 내기도 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층별모임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7층 '나, 이런 사람이야!' 

 

  한 어르신이 춤과 노래를 잘 했던 옛 이야기를 꺼내시며, 젊었을 때 추었던 춤을 한번 춰보자 하십니다.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자 일어나 춤을 추시고, 지루박, 부루스도 추며 장구 장단도 흥얼거립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흥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며 그 시절 이야기를 앞다투어 나누십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많아 7층 어르신들에 대한 걱정이 커졌습니다. 누구보다 형제처럼 지내다 보니, 한 번이라도 더 서로를 살펴보고, 입원한 분들과는 자주 통화도 합니다.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고, 힘들 때 함께 걱정해주는 이웃이 있어 좋다'는 7층 김0님의 말처럼, 마을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8~10층 '우리집에도 오시용!'

 

 11월 모임은 최고참 어르신인 김0순님 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김0님은 항상 혼자 계셔서 사람이 그립고, 마실 오는 것이 반갑다고 하십니다. 최0님 댁을 사랑방으로 정했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집에도 사람의 온기가 가득하길 원하십니다.

 

얼마 전부터 9월 이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그분이 있으면 오지 않겠다던 어르신도, 다단계 약장수에 빠져 매일 출근하는 어르신도 층별모임이 있다는 소식에 자연스럽게 참여하십니다. 마을 공동체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마을 사람들이 앞장서서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는, 정겨운 모습입니다.


2025년에는 모든 어르신 댁에 한 번씩 다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성어르신 '부안이 자랑스럽습니다!'

 

  부안 역사 탐방을 진행한 남성 어르신들이 '신석정 문학관'을 방문하였습니다. 가까운 읍내에 있지만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신석정과 관련된 영상과 전시품을 보고 '신석정 시인이 이렇게 유명한 분인 줄 몰랐다. 부안 사람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부안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부안에 대한 자긍심으로 마음이 벅차오름을 표현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소감을 들으며, '시인'에 관한 전시가 조금 지루하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여 미루고 미루다 모시고 간 담당자 기우는 죄송스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첫 모임에서 남성 어르신들의 모임 주제를 다시 정하기로 하였고, 역사 탐방 외에도 어르신들이 더 알고 싶어 하는 부안에 대한 호기심을 들어보는 것이 궁금해집니다.

최문희 사회복지사

2024. 12. 26.

 

* 실버주택 층별 그룹 활동은 2024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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