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대로] 웰다잉교육 참여자 이정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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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귀농귀촌 대표 포털 그린대로

 

세상이 변화하면서

생존과 생계에만 집중했던 우리의 삶이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어요.

오래 사는 것에서 잘 사는 것으로

가치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늘어가고

말하는 것이 금기처럼 느껴졌던 ‘죽음’도

이제는 준비해야 하는 이별로

인식이 바뀌었지요.

 

이렇게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웰빙(Well-Being), 웰에이징(Well-Aging)같이

Well이 붙는 단어들과 교육들도 많아졌는데요..

저는 이번에 웰다잉(Well-Dying)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부안실버복지관에서

매년 노년층 참가자를 모집해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점점 모집 연령층을 낮추어 가는 추세입니다.

 

 

 

 

웰다잉(Well-Dying)은

후회 없이 삶을 정리하고

존엄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임종을 맞기 전에

사전의료의향서(연명, 치매), 유언장 등을 준비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지요.

 

100세 시대에 제 나이는

죽음을 준비하기에는 좀 젊고 건강하지만

인지력, 판단력이 온전할 때 교육을 받아 보는 것이

훗날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여름 웰다잉의 첫걸음을 내디뎌 보았습니다.

 

 

첫 시간.

마음을 여는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

죽음에 대한 사전 이해를 배우고,

척도검사를 하고

삶의 방향을 되짚어 보았지요.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지만,

곧 이어진 삶의 회고와 성찰 시간에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한 겹씩 풀어졌어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 웰라이프 계획서

같은 실질적인 준비과정도 유익했고,

무엇보다 귀했던 건

서로의 삶을 경청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분위기였답니다.

 

저는 특히 5년 전,

지병으로 먼저 떠난 남편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그때는 ‘잘 보내는 법’도, ‘잘 남는 법’도 몰랐기에

그저 허둥대며 아파하고

후회로 남는 많은 실수들을 했었는데…

 

이번 교육을 들으며

그 시간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어요.

“당신 덕분에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요.”

속으로나마 그렇게 말을 건네봤어요.

마음 한구석이 좀 울컥했습니다.

 

이번 과정의 진행 담당자 선생님이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말투와 눈빛이 참 다정하고

여러 가지로 신경을 섬세하게 써주셔서

의지가 많이 되더라고요.

 

정년을 앞두셨다는데

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시간의 무게를 가볍게 덜어주려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교육은 총 8회기.

죽음을 다룬 영화도 보고,

장례문화도 배우고,

내 손으로 유언장을 써보는 시간까지…

 

특히 완주에 있는 호정공원 견학은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례문화를 배우고 직접 둘러보면서

죽음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지요.

 

 

교육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자조모임을 두 차례 가졌습니다.

동진면의 식물치유카페 포레도에서

감자도 심어보고, 홍콩야자화분도 만들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힐링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교육의 여운을

더 따뜻하게 이어갈 수 있었지요.

 

 

이번에 참여한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을 정리해 보는

여정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이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우리 노년 세대에겐

더더욱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웰다잉(Well-Dying)’이란

죽음을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남은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나답게,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찬란한 내 인생, 끝까지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