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에 쓴 학사모, ‘내 인생의 가장 황홀했던 시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꿈 이룬 이평이 어머니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어요.”
70살이 훌쩍 넘어서야 학사모를 쓰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든 이평이 어머니는 감개무량했습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마치는 동안 주말마다 부안과 전주를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어머니는 자녀들을 반듯하게 가르치고 나니 문득 미뤄왔던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큰딸이 어머니의 의중을 알고 전라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에 입학원서를 접수했습니다. 주말마다 전주까지 통학하는 일이 걱정이었는데, 막내딸이 도와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딸들 덕분에 용기를 내긴 했지만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됐어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중학교를 졸업한 어머니에게 고등학교 진학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주여자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한 어머니는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처지가 비슷하니 맘이 잘 통했고 서로 잘 도왔습니다. 모두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사람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체육대회 때 컬링을 우승했던 일은 생각만 해도 신이 납니다. 배드민턴 채를 한 번도 잡아본 적 없었는데 서브를 잘 받아 만점을 받은 일도 뿌듯합니다. 이탈리아 민요 ‘오 나의 태양’을 이탈리아어로 한 사람씩 나와 불렀던 음악 시험을 생각하면 지금도 떨립니다.
전주여고 교장 선생님께서 “주말에 공부하는 여러분도 전주여고에 다닌 사람들과 똑같은 영란인”이라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셨던 말씀이 힘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내 인생의 가장 황홀했던 시간이었어요”
좋은 선생님, 좋은 학우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그저 웃음이 납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나 생각하니 꿈만 같습니다. 어머니는 대학진학도 도전해볼까 생각했지만 6년 동안 통학시켜준 막내딸을 더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물론, 한 달 만에 후회는 했지만,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복지관에서 사진반, 생활체조, 스마트폰반에 등록해 배우는 데 이렇게 취미생활 하면서 지내는 것도 편하고 좋습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도 몸으로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칠순을 앞두고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이평이 어머니의 도전이 많은 분께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배움에 때가 없다.’는 말에 모범을 보여 주신 이평이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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