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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마당/복지관풍경

사진반, 시고르청춘과 함께 떠난 영감(靈感)여행

by 부안실버복지관 2025. 10. 20.

 

부안실버복지관 사진반 어르신들이 지역 청년들과 동진면 고마제로 영감여행을 떠났습니다. 영감(靈感)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고마제 영감여행은 고마제가 가진 매력을 사진에 담고, 어르신들이 추억하는 지역이야기를 청년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여행에 함께 한 청년들은 ‘시고르청춘’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시고르청춘은 부안에서 찾은 영감을 재료 삼아 생활용품이나 기념품과 같은 다양한 창작물을 제작하여 부안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판매하는 청년기업입니다. 청년들은 정기적으로 부안지역 곳곳을 찾아 영감여행을 떠나는데 부안을 잘 아는 어르신들과 동행한다면 더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사진반 어르신들과 영감여행을 추진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여행 전에 사진반 어르신들을 찾아 인사드리며 시고르청춘단체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르신들은 ‘시고르’라는 표현이 재밌다고 하셨고 부안의 매력을 알리는 일을 하는 청년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영감여행 당일, 두 번째로 만난 시고르청춘과 사진반 어르신들은 반갑게 인사 나누며 즐거운 여행을 기대하였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여기가 작은 방죽이었어요. 국민학교 고학년 되었을 때쯤에 이런 저수지가 된 걸로 기억해요.” 어르신들이 추억하는 고마제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큰 조형물에 모두의 시선이 멈춥니다.

 

저게 뭐지? 도자기 모양인가?”

못줄이야, 못줄. 모심을 때 잡던 못줄

 

어르신들은 대번에 알아보는 것을 청년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지금은 기계로 모를 심어 사용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손으로 모를 심던 예전에는 모를 반듯하게 심기 위해 꼭 필요한 농사용품이 못줄이었다는 겁니다.

 

못줄을 잡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었어요. 못줄 잡는 일이 숙련되기도 했지만 못줄 잘못 잡는다고 누가 뭐라고도 못하니까요.”

 

못줄에 듬성듬성 달린 술을 이라고 하는데 모를 이 자리에 꽂는 겁니다. 모를 한 줄 심고 나면 못줄 잡이가 어어이~’하고 소리를 내서 못줄을 옮기는 신호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꼼꼼한 주인들은 다 심고 나면 모심은 줄이 몇 줄인지 세기도 했어요.”

심을 모를 던져주는 일은 주로 어린 사람들이 했는데 이 사람한테 밉보이면 모를 세게 던져서 물이 얼굴에 튀게 앙갚음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르신들은 각자 경험한 모내기 추억을 신나게 쏟아내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수지를 가로 지른 다리와 다리 양쪽에 설치된 못줄 조형물의 의미가 이해 되었습니다. 부안의 대표 농업용 저수지인 고마제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청년들에게 동진면이나 고마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해줘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청년들이 잘 모르는 못줄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 좋았고, 이야기 하다 보니 예전에 농사짓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어르신들은 단순한 출사가 아니라 청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고마제에 올 때마다 못줄다리 조형물이 마음에 걸렸어요. 의미를 모를 때는 규모도 크고 모양도 예쁘지 않아서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어르신들 말씀 들어보니 고마제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청년들 또한 고마제 영감여행을 어르신들과 함께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모내기에 대해 알 수 없고 더욱이 경험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실감 나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마제 영감여행을 통해 어르신들의 농촌살이를 현장감 있게 들으며 모내기에 담긴 사람들의 해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농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부안실버복지관은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가 후세대에 전수되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지역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영감여행에 함께 해 준 사진반 어르신들과 시고르청춘 청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김병희 사업과장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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